For your information, with Love
빈 공간을 글자로 채우는 것. 보고서를 쓰고, 장표를 만들고, 논리를 빼곡하게 정리하는 것이 본업인 사람에게 가장 고루한 일입니다. 희한하게 저는 빈 종이를 글자로 채우는 것에 희열을 느낍니다.
저는 그림을 잘 못 그리고, 사진을 잘 못 찍고, 영상은 더욱이 모르고, 디자인도 모릅니다. 하지만 빈 공간을 글자로 채울 때 만큼은, 어딘가에 내가 존재한다고 외치는 것만 같습니다. 글자는 제가 유일하게 세상과 조금이라도 소통할 수 있는 매개체입니다.
예술은 본디 작가의 의도를 선언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글을 쓸 때 예술가가 된 기분이 듭니다. 한 글자 한 글자에 마음과 생각을 담아 전달하는 일이니까요. 별 의도가 없다면 그 또한 편안한 의도입니다.
이 자간과 행간 속에 일말의 온기가 전달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 블로그는 제가 세상에 미온한 선언을 하기 위해 만든 공간입니다. 개인이 당차게 선언을 하기에 세상은 척박합니다. 우리는 늘 타인들 속에서 눈치보며 살아가니까요.
저는 꽤 자주 세상을 혼자 사는 사람마냥 이기적으로 행동합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가식 없는 미온한 온도가 전달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대단히 따뜻하지도 않고, 하지만 그렇게까지 얼음장 같지도 않은, 정직하게 미온한 사람이거든요.
살다보면 이따금씩 내가 누군지 기억이 나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저는 그럴 때 어설픈 글을 한줄 두줄 씁니다. 균일한 탁, 탁, 키보드 소음 속에서 혼돈이 정리되기도 하거든요.
오롯하게, 내가 어떤 사람인지 기록하기 위한 사적인 공간입니다.